2019년 무렵인가. 캠핑을 처음 시작한 즈음부터 우니메이카라는 이름을 알고 있었다. 고요하고, 담백한 환경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왁자지껄한 캠핑장보다는 사이트 간격이 넓거나, 소규모로 운영되는 조용한 분위기의 캠핑장을 선호한다. '조용한 캠핑장' 등 이런저런 키워드를 넣어 검색하다가 우니메이카 홍천점을 알게 됐고, 예약하려고 몇 차례 시도하기도 했지만, 미리미리 놀 준비를 못한 탓에 매번 '예약 마감'이 적힌 사진을 마주하기만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우연히 당진 쪽에 갈 일이 있어서 찾아보니, 우니메이카 당진점이 있고, 게다가 자리까지 남아 있는 게 아닌가. 망설임 없이 예약해 9월, 여름과 가을 사이 고즈넉했던 4번 사이트에서 두 밤을 자고 왔다. 개별 샤워실을 이용할 수 있는 사이트의 금액은 1박에 65,000원이었고, 우리는 금~일 2박 연박 할인을 받아 12만 원을 결제했다. 일~목요일에 이용할 경우, 5,000원이 더 저렴해진다. 공용 샤워실 이용 사이트는 개별 화장실 이용 사이트보다 1만 원이 더 저렴하다. 사이트 예약은 네이버 예약이 가능해 편리하다.
※ 입퇴실 시간 정보
✅ 입실 14시
✅ 퇴실 12시
※ 예약은 여기서
우니메이카 당진점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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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니메이카는 자칭 매너 캠핑의 성지라고 불리는 곳으로, 사이트 당 최대 인원이 2인으로 제한되어 있다. 2023년 9월 초 기준, 전국에 약 16개 지점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 우니메이카는 외부 스피커 사용이 안 될 만큼 소음에도 예민한 곳인데, 마음껏 음악을 틀어놓고 흥얼거릴 수 없는 점은 아쉽지만, 3일을 머무르는 내내 소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을 만큼 자연의 고요함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그 고요가 부담스러움일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그 고요가 편안함일 것 같으니, 취향에 맞게 캠핑장을 선택하면 될 일이다.
금요일 오후 3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한 캠핑장, 우리가 첫 캠퍼였다. 텅 빈 캠핑장 사진을 몇 장 담아봤다.
사진에 보이는 건물이 개수대, 화장실, 샤워실, 개별 화장실이 있는 곳이다. 건물 뒤로 돌아가면 분리수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분리수거는 플라스틱, 스티로폼, 종이류, 캔류 등으로 잘 나뉘어져 있고,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어 마음에 들었다.
우니메이카 당진점에는 총 15개 사이트가 있다. 아래 사진은 캠핑장 1~3번까지의 모습이다. 사이트마다 위에 색색의 그늘막이 설치되어 있다. 대부분 1~4번까지를 우니메이카 당진점의 명당자리라고 소개한다. 1~4번 사이트는 크기가 12m*10m ~ 12m*12m로 큼직해서 좋고, 전면에 논이 펼쳐져 있어 개방감이 좋다. 게다가 사이트 1~9번까지는 개별 샤워실을 이용할 수 있어 좋다. 또 좋았던 점은, 사이트 사이사이 원목으로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다는 점인데, 찾아보니 2023년 8월에 설치된 것 같다. 칸막이 덕분에 더 프라이빗하고 조용한 캠핑이 가능했다.
아래 사진은 5번, 6번 사이트의 모습. 빨간 그늘막 아래가 5번, 노란 그늘막 아래가 6번 자리다. 살짝 안쪽으로 들어간 5번도 유난히 프라이빗한 사이트 중 하나.
우리가 지낸 4번 사이트에서 본 논은 이렇게 초록초록했다. 하늘은 파랗고, 공기는 맑고, 들리는 건 바람 소리와 풀 소리뿐....
무인체크인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사이트마다 빨간 우체통이 놓여 있고, 우체통 안에 10리터 종량제 봉투와 가스누출감지기가 들어있다. 더운 날씨라 난로를 사용하지 않을 거라, 우린 쓰레기봉투만 꺼내 사용했다.
개별 화장실이 포함된 사이트의 경우, 우편함 왼쪽 상단 노란색 스티커에 개별 화장실 비번이 적혀있다. 혹시 피해가 될까 봐 번호는 가려뒀다. 사이트 번호와 동일한 개별 화장실을 이용하면 되는데, 화장실과 샤워실이 함께 있고, 이용 시 안에서 이중 잠금이 가능하다. 샤워실 안에도 어김 없이, '조용히'를 강조한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텐트 피칭을 마치고, 캠핑 의자에 앉아 가만히 벼가 흔들거리는 모습을 바라봤다.
저녁엔 간편한 순대볶음과 우니메이카 당진점에서 판매하는 수제 맥주 '우니 세종(Woony Saison)'을 먹었다. 과실 향이 나고, 블랑1664나 호가든 같은 맥주를 떠올리게 하는 맛이었다. 가볍고 산뜻해서 맛보기에 괜찮았고, 가격은 작은 병 기준 한 병에 6,000원이었다.
시설에 대해 조금 더 말하자면, 개수대는 2개 밖에 없지만 붐빈다고 느끼지는 못했다. 그런데 화장실, 개수대가 있는 건물에서 불쾌한 하수구 냄새 같은 게 내내 났다. 남편은 하루가 지나니 익숙해졌다는데, 난 들어갈 때마다 숨을 참을 만큼 냄새가 역하게 느껴졌다. 이 냄새를 사장님도 인지하고 있는 것 같은 게, 복도에 대형 공기청정기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어디선가 어찌 손 쓸 도리가 없는 냄새가 올라오고 있는 걸까....? 추측만..
복도엔 에어컨도 한 대가 놓여 있어, 관리동 내부 온도가 시원했다. 대낮 피칭을 끝낸 캠퍼들이 잠깐 들어와 땀을 식히고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니메이카 무인 매점에서는 판매하는 항목이 다양하진 않았고, 부탄가스, 맥주, 와인, 장작 정도만 판매되고 있었다. 얼음을 팔았으면 좋았을 텐데, 조금 아쉬웠다. 사러 가자니 차 타고 10분 넘게 나가야 해서 단념했다.
이튿날 아침은 커피를 내려 마시고, 날이 더워져 점심쯤 외출을 다녀왔다. 사장님 추천 식당 중, 해오름칼국수라는 곳을 갔다. 음식 사진을 미처 못 찍었는데, 손님이 많은 널찍한 칼국수 가게였고, 메뉴는 단출했다.
<해오름 해물 칼국수 메뉴>
열무보리밥 + 해물칼국수 9,000원 (2인 이상)
돈가스 9,000원
수제 왕만두 / 수제 군만두 7,000원
사진은 남은 칼국수의 모습...
육수와 김치는 셀프로 더 가져다 먹을 수 있다. 국물이 시원했고, 면이 쫄깃했지만 딱히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칼국수 집은 김치 맛이 아주 중요한데, 김치가 우리 부부 입맛에 별로였다. 한 번 방문한 것으로 만족.
그냥저냥 무난했던 식사를 마치고, 근처 왜목마을해수욕장을 거닐러 갔다. 모래 위엔 그늘막이 가득 설치되어 있었고, 물이 빠진 갯벌에는 뭔가를 캐는 가족, 어린이, 어르신들이 많았다.
우리 부부에게 이번 캠핑은 개별 화장실의 매력을 알아버린(!) 경험이었다. 특히 아직 낮에는 무더운 9월이라, 텐트를 피칭하고 땀이 날 때 언제든지 편하게 들어가 씻을 수 있는 샤워실이 유난히 더 편리하게 느껴졌다.
우니메이카 당진점에서 아쉬웠던 건 딱 두 가지. 관리동에서 나는 악취와 개별 화장실의 청결도(샤워 커튼의 오염, 타일 물 때 등 - 그래도 일반 오토 캠핑장 샤워실에 비하면 좋은 편이었다)였다. 대체로는 만족도가 높아, 남편과 다른 우니메이카 지점도 다 가서 경험해 보자는 이야기를 나눴고, 캠핑 마지막 날 집에 돌아오는 길에 2023년 9월 신규 오픈하는 우니메이카 포천점을 바로 예약해 버렸다. 다음 캠핑장 리뷰는 우니메이카 포천점이 될 터.
✅ 우니메이카 당진점은요...
1) 1~4번 사이트가 널찍하고, 뷰도 좋아요!
2) 1~2인 조용한 캠퍼에게 추천해요!
3) 가장 가까운 편의점이 차로 10분 거리! 필요한 게 있다면, 미리 잘 준비해 가세요!
❎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캠퍼에겐 적합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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