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연휴에 캠핑이나 백패킹을 가고 싶어서 여기저기 찾다가, 남양주의 팔현캠프가 다시 오픈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팔현캠프의 경우 주말 이용은 선착순이라고 하니, 연휴 기간 캠핑장 예약을 못 했던 우리 부부에게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4년 전 팔현캠프는 물 건너가야 나오는 찬물 온리 개수대와 재래식 화장실만 있어 방문하기에 제법 레벨이 높은 곳이었다. 그때 기약 없이 문을 닫는다는 얘기에, '문 닫기 전에 가야지!' 하고 다녀온 기억이 있는데, 벌써 4년이 흘렀구나....
다시 찾은 팔현캠프는 온수가 나오는 개수대도 있고, 그럴싸한 양변기와 샤워실까지 갖춘 곳이 되어 있었다. (여느 오토캠핑장과 비교하면 편의 시설의 규모가 정말 정말 작은 편인데, 아래 리뷰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여전한 점이라면, 단연 잣나무 숲!
경기 남양주시 오남읍 팔현로175번길 264, 팔현캠프
이용 시간
주중 이용은 예약으로, 주말 이용은 선착순으로 운영된다. 체크인은 오전 11시, 체크아웃은 정오. 길게 이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우린 11시 맞춰서 캠프장에 도착했는데, 조금 더 일찍 가도 들여보내 주시는 것 같았다. (예약은 031-575-3688로 문의)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는 차량 출입이 되는데, 그 이후로는 통제되니 당일 캠프닉만 하는 분들은 8시 전에 나가면 된다.
가격
캠핑장은 한 사이트 기준 45,000원이고 전기를 사용할 경우 5,00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그런데, 전기 이용이 가능한 사이트는 위치나 개수 면에서 제한적이라 조용히 잣나무 숲 사이에서 캠핑을 즐기길 희망한다면, '전기는 못 쓴다'고 생각하고 가는 게 마음이 편하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모르고 전기를 쓸 줄 알고 50,000원을 내고 들어갔다가 전기를 사용하지 못해 나오는 날 5,000원을 돌려받았다.
한 사이트라 함은, 성인 3인 또는 성인 2인 + 어린이 2인이다. 텐트 사이즈도 타프 기준 514*414로 제한은 있지만, 사이트가 정해진 게 아니다 보니 공간을 널찍하게 쓰는 팀도 있고, 작게 쓰는 팀도 있었다. 이용객이 알아서, 매너 있게, 선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 강아지 등 반려 동물은 출입 금지
사이트 맵
팔현캠프장에서 제공하는 캠핑 사이트 지도가 있기는 한데, 실제와 매우 다르고 헷갈려서 도움이 안 된다. 사이트가 구획이 잘 나뉘어 있는 것도 아니고, 텐트를 치면 거기가 곧 내 자리인 셈이라...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사이트 구성이 헷갈릴 수 있다.
대략적인 구성을 낙서처럼 담아봤는데, 화장실/개수대와 거리는 좀 멀더라도 잣나무 숲에서 캠핑을 즐기고 싶은 사람은 차를 타고 핑크색 라인을 따라 쭉 올라가면 된다. 잣나무 우거진 숲이 나오면, 거기가 도착 지점. 주차하고,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으면 된다. 먼저 맡는 사람이 임자!
A존은 작은 학교 운동장 느낌으로, 평지다. 화장실과 개수대가 가깝고 전기를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어린이와 함께하는 캠핑이라면 좋을 것 같다. 다만 특별한 경치가 있는 것은 아니고, (개성 없는..) 일반적인 오토캠핑장의 느낌이다. A존 계산하는 곳 뒤로 작은 매점도 있다.
B존은 물길을 건너가면 나오는 곳으로 10텐트 미만으로 피칭이 가능한 길게 뻗은 공간이다. 여기도 큰 특징은 없지만, A존보다는 조용할 것 같다는 생각. 샤워실/개수대를 이용하려면 C존까지 올라가야 해서 조금 불편할 수 있다.
C존. 인구 밀도가 정말 높은 존으로 전기를 쓸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화장실과 개수대가 가까워, 이런 시설 접근성을 중시하는 캠퍼가 많이 몰리는 것 같다. 또, 어린이가 있거나 단체 캠핑을 하는 분들이 널찍하게 사이트를 쓰는 구역이다.
D존. 우리 부부의 최애 존으로, 팔현캠프에 가는 이유다. 잣나무가 잔뜩 우거져 있고, 그 사이사이 마음에 드는 땅을 찾아 텐트를 피칭할 수 있다. 전기는 거의 못 쓴다고 볼 수 있고, 높이 올라가면 인터넷(데이터)도 잘 안 터지지만, 특유의 거친 자연 느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어 좋다. 편의 시설과 거리가 멀고, 경사가 있어 텐트 밀도가 낮은 것도 우리에겐 장점이다.
머무는 동안 C존에 새로 생긴 화장실과 개수대를 사용했는데, 처음 도착했을 땐 이렇게나 깨끗했다. (나올 땐, 좀... 오염된 상태였다.. 개수대 음식물도 그렇고,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익명성에 몸을 숨기고 뒷정리 안 하고 가는 캠퍼가 제법 있었다.. 자기가 쓴 걸 잘 치워야 다른 사람도 깨끗하게 씁니다...매너캠핑합시다....예?)
사진 기준 오른쪽 코너를 돌아가면 남자 화장실/샤워실, 여자 화장실/샤워실이 나온다.
화장실 두 칸 너머로 샤워실이 마련된 구조로 아담하다. 샤워실엔 샤워 호스 2개가 설치되어 있고, 남자 샤워실도 같은 구조다.
9월 27일부터 사용을 시작해 아직은 새것 특유의 깨끗함이 있지만, 앞으로 관리가 어떻게 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우리가 지낸 주말의 경우 C & D존의 텐트만 족히 40개는 됐는데, 그에 비하면 양변기 2개, 샤워기 2개는 부족한 감이 있다.
개수대는 8대가 있고, 가벽 뒤로 전자레인지도 1대 놓여 있었다. 예전 팔현캠프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지만, 10,000원을 더 내니까요...
저녁에 보니, 오른쪽 첫 번째, 두 번째 개수대(사진 기준 노란 바구니 앞)에서만 온수가 나왔다. 참고하시길...
이렇게 이용 안내판도 있다.
이제 시설 안내는 다 한 것 같고, 대망의! 잣나무! 뷰!
이거 보러, 즐기러 가는 거죠 팔현...
낮에 해가 밝아도, 우거진 나무의 잎이 빛을 걸러 어딘가 조금 어둡고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이 든다.
잣나무 사이에 평평한 땅을 찾고, 작은 텐트를 치면 따로 타프도 필요 없다. 이번 방문엔 인근 공사장 소음이 좀 거슬리긴 했지만, 저녁엔 물소리를 듣고 아침엔 새소리로 시작할 수 있는, 서울에서 가까운 생자연 느낌 캠핑장이다. 실제로 나무에서 잣이 떨어져, 망치로 잣도 까보고... 재미난 요소도 있는 곳이다.
우린 1박을 하고, 아침에 시원한 공기를 흠뻑 마시고 간단히 버터롤과 크림수프로 아침을 먹고 마무리했다. 분리수거장은 처음 캠프 입구 들어가는 곳 앞에 있어서 분리수거, 쓰레기는 차에 실어서 가지고 내려갔다.
재개장 전 팔현캠프는 12월 중순쯤까지만 운영하다가 1월, 2월은 쉬는 곳이었는데 올해 겨울엔 어떻게 운영할지 궁금하다. 우리 부부는 겨울 운영이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방문할 생각이다. 이번에 팔현을 가고 느낀 게, 우린 조금 불편하더라도 자연 속에서 하는 캠핑을 좋아한다는 것. 박 터지는 캠핑장 예약 세상에서, 선착순으로 가볍게 떠날 수 있는 팔현캠프의 매력이 확실하다.
오늘의 정리!
✅ 팔현캠프는요
- 서울, 경기 북부에서 접근성이 좋아요
- 가까운 거리에 비해 압도적인 잣나무숲이 매력적이에요
- 예약하지 못했어도, 선착순 입장을 시도할 수 있어요
❌ 이런 점은 아쉬워요
- 동행 인원 제한이 없다 보니 단체 캠퍼가 많아 시끄럽기도 해요
- 별도의 매너 타임이 운영되거나 관리되지 않아요(세미 백패킹 느낌)
- 전기 사용 구역이 제한적이에요
좋은 경험을 하면,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곤 하는데, 이번 캠핑하는 동안 남편이랑 "다음에 누구랑도 오자, 누구랑도 또 오자" 같은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애정하는 지인들과 또 방문할 생각에 벌써 기분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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