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생일을 맞아 오랜만에 서촌 나들이를 했다. 무더위는 한풀 꺾이고, 가만히 있으면 시원한 바람이 피부로 느껴지는 온도마저 기분 좋은 날. 우연히 알게 된 오카즈를 캐치 테이블로 예약해 다녀왔다. 오카즈는 일본어로 '반찬'을 의미한다고 한다.
오카즈는 어려운 말로 '재패니스 타파스 바'를 표방한다. 하나씩 풀자면 요리 스타일은 일식, 음식이 서빙되는 스타일은 타파스(작은 접시에 담겨 나오는 형태), 주된 좌석 구성은 바(bar) 형식으로 된 레스토랑이다. 즉, 서촌 오카즈에서는 일본 가정에서 먹는 일상적인 음식이 작은 접시에 담겨 코스로 나온다.
경복궁역 2번 출구를 나와 쭉 걸으면, 9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서촌 오카즈는 대로변에 있어 찾기도 쉬웠다. 메뉴는 저녁 오마카세 8만 원으로 고정되어 있고, 코스 구성은 계절마다 바뀐다. 채식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예약 시간에 맞춰 도착하자 자리에 '오늘의 메뉴' 구성 종이가 하나씩 놓여 있었다.
서촌 오카즈는 바(bar)라서, 주류 주문이 필수인데 4만 원을 내면 사케 페어링 코스를 함께 즐길 수도 있다. 이번엔 일행 모두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은 아니라, 가볍고 용량이 적은 사케를 한 병 주문했다. 가격은 5만 원대. 사케를 썩 좋아하지 않아서 그냥저냥 곁들여 마시고 결국은 남기고 나왔던.... 술을 많이 마시고 싶은 사람이라면 사케 페어링 코스를 추천한다.
깨끗한 유리 통창에, 파란 사케 병의 청량함이 조화로웠다. 사케를 몇 모금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더니, 첫 번째 메뉴가 나왔다.
오카즈 3종 : 가벼운 안주로 재구성한 일본 가정식 3종.
왼쪽부터 순서대로 초당 옥수수 베이스의 차가운 스프, 두부와 채소 구이, 관자 세비체. 스프는 초당 옥수수의 단맛과 육수의 짭짤한 맛이 섞여 맛있었고, 세비체는 상큼했다. 채소를 좋아해서 채소 구이도 잘 먹었지만,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다음은 여름 과일 치즈 샐러드. 다른 날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간 날의 과일은 복숭아. 복숭아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치즈도 좋아해서 전체 코스 중 가장 맛있게 먹은 메뉴였다. 가끔 어설픈 리코타 치즈를 만나면 못 먹는데, 오카즈의 수제 리코타는 쫀쫀함과 고소함이 취향에 딱 맞아 즐겁게 음미할 수 있었다.
오카즈는 주로 바로 구성되어 있어서, 사장님이 손님이 먹는 속도에 맞춰 다음 음식을 내어주시는데 그 점이 세심하고 좋았다.
본격적인 식사가 시작됐다. 마구로 아에 : 혼마구로 사시미 무침. 아래쪽엔 참치, 아보카도, 크림치즈가 섞여 있고 그 위로 단새우 2마리와 짭쪼롬한 연어알이 올라가 있다. 대화하면서 천천히 김에 싸 먹는 재미가 있던 메뉴고, 단새우가 쫀득하니 맛있었다.
다음은 기대했던 메뉴인 가츠 산도. 로스 카츠로 만든 산도인데, 이때부터 슬슬 배가 차서 그랬는지 맛이 있기는 했지만, 특별한 맛을 찾지는 못해 아쉬웠다. 무난하게 빵 사이에 튀긴 고기가 든 맛이었다...?
우자쿠 : 새콤달콤한 소스와 함께 즐기는 민물 장어구이. 이 메뉴는 장어를 즐기지 않아, 평가하기 어렵다. 같이 간 일행들은 맛있게 싹싹 먹는 듯했다.
오차즈케 : 차 다시를 곁들인 솥밥 오니기리. 배가 제법 부른 상태에서 오차즈케의 뜨끈한 국물을 마시니 소화가 되는 듯해 좋았다. 명란과 시소 잎의 향이 느껴졌던 것 같다.
마무리 식사로 나온 하야시 소면. 차가운 육수에 어우러진 청귤의 새콤한 향 덕분에 기분 좋게, 깔끔하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마지막 후식은 안닌도후. 피스타치오 향이 나는 우유푸딩 위에 절인 체리가 올라가 있었다. 체리는 맛있었고, 푸딩은 쏘쏘였다.
전반적으로 작고 소박한 공간에서, 프라이빗하게 식사할 수 있다는 점과 친절한 사장님이 서촌 오카즈의 특장점이라고 생각했다. 가격 대비 코스 구성이나 양이 알찬 느낌은 아닌데, 친절함을 서비스받는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았다. 예산은 인당 8만원 오마카세 + 주류까지 해서 약 11~12만원 정도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물론 술을 더 즐길 거라면 금액은 계속 올라갈 수 있다.
특별한 날,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방문을 추천한다!
주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49-1 1층 오카즈
전화번호: 02-725-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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