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순대국밥을 좋아하게 된 건, 연애 시절 어느 토요일 남편(당시 남자친구)과 새벽 수영을 끝내고 수영장 근처에서 순댓국을 먹으면서부터다.
아직 완전히 밝지 않은 시간 근처에 영업하는 가게는 24시간 순대국집뿐이라 별 기대 없이 배나 채우자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웬걸 쌀쌀한 날씨와 대조적으로 훈훈한 식당 실내 공기, 김이 나는 국물과 찰진 순대의 조화, 갓 지은(것으로 추정되는) 쌀밥과 달큼한 깍두기의 궁합에.. 순댓국에 마음을 열고야 말았다. 이후, 각종 국밥류를 섭렵(?)하며 캠핑 전후로 지역의 순대국밥(부산에선 돼지국밥!)집을 찾아갈 만큼 순댓국을 좋아하게 됐다.
그런 우리 부부에게 서대문 영천시장의 '석교식당'은 '언젠가 한 번은 가봐야지' 리스트에 저장된 식당이었다. 순댓국 얘기를 하다 보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름.
석교 식당을 마침내 다녀왔다.
✅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밤 10시, 정기휴무일인 수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문을 연다. 다만 재료 소진 등의 이슈로 조기 마감을 하기도 하니, 저녁 시간에 방문한다면 02-363-2803에 먼저 전화해 보고 가는 것도 좋겠다.
위치는 서대문역보다는 독립문역에서 더 가깝고, 지하철역 4번 출구로 나가서 쭉 걷다 보면 간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식당 입구가 대로변으로도 나 있고, 시장 안쪽 골목으로도 나 있다. 11시에 딱 맞춰 입장했더니 손님이 많지 않았는데, 다 먹고 나갈 무렵엔 빈 테이블이 없었다. 평일 점심임에도 석교식당의 인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벽엔 유명인의 사인과 사진이 잔뜩 붙어 있는데, 그 사이로 샛노란 메뉴판이 시선을 끈다.
순대국 10,000원
순순대국 10,000원
순대국(특) 11,000원
우린 순대국과 순순대국을 하나씩 주문했다. 순순대국은 순대만 들어 있는 순대국이다. 주문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밑반찬이 먼저 세팅됐다.
클래식한 국밥집의 밑반찬 그 자체. 교과서적인 밑반찬의 모습이다. 서빙해주신 분이 새우젓은 각자 종지에 덜어, 순댓국에 들어 있는 고기를 찍어 먹으라고 알려주셨다. 새우젓 속의 새우가 유난히 통통하게 느껴졌다.
밑반찬 중 제일 맛있었던 건, 파김치였다. 액젓 향이 좀 센 편이었는데, 기름이 쩍쩍 달라붙는 순댓국과 먹기에 합이 좋았다. 아쉬웠던 건, 다른 김치 3종이 남편과 내 입에 잘 맞지 않았다는 점.... 순대국은 정말 맛있었는데, 김치 양념들이 재료와 따로 노는 느낌이랄까, 한 번씩 맛본 후엔 손이 안 갔다. 김치는 건드리지도 않고 생양파를 장에 찍어 먹으며, 기름진 입을 한 번씩 달랬다.
드디어 나온 순댓국 두 그릇! 공깃밥은 먹고 부족하면 더 줄 테니 빈 공기를 가지고 오라고 말씀해 주셨다. (친절,,)
정말이지, 모든 게 푸짐한 순댓국이었다. 우선 국물의 진~한 농도와 점도를 맛보고, 비린내 없음을 확인했다. 별도로 마련된 다대기를 넣어 국물의 간을 맞추고 먹기 시작하자, 엄청난 순대의 양이 보였다. 순순대국에 순대 덩어리가 10개도 넘게 들어 있었던 것 같다. 10,000원이니 저렴한 순댓국은 아니지만, 최근 서울에선 8~9,000원 하는 순댓국에 순대 덩어리 5개 정도만 들어 있는 경우도 태반인데..., 게다가, 당면순대와 섞여 있지도 않았다..!!
개인적으로 당면순대가 들어간 순댓국을 안 좋아하는데(뭔가 속은 느낌이 든달까..), 순순대국엔 토종 순대(?)만 가득 들어 있어서 그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단, 남편이 주문한 순댓국엔 당면순대가 들어가 있었다. 순댓국에도 고기 건더기가 정말 많아서, 먹다 남기기까지 할 정도였다. 남편도 고기 토핑의 '양' 측면에선 역대급이라고 인정했다. (도대체 특순대국의 양은 얼마나 많은 거냐며,,)
직원분들도 친절하고, 시장통 특유의 복작거림도 매력적이고, 순대와 고기의 양도 마음에 들었지만, 밑반찬의 맛(간)이 조금 아쉬워서 재방문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서대문 영천시장 근처에 갔는데, 꼭 순댓국이 먹고 싶다면 한 번쯤은 더 갈 수도 있지만,,,? 그래도 순댓국 러버로서, 꼭 한 번은 맛보고 싶었던 석교식당의 순대국.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어서 좋았다.
✅ 석교식당 이용 팁
- 점심 식사는 오픈 시간(11시)에 맞춰 방문하는 걸 추천해요
- 클래식한 순댓국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맛과 공간이에요
- 순댓국을 먹고 난 후, 영천시장 안을 구경하며 소화시키는 루트를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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